역시 리뷰는 오밤중에 써야 제맛, 감상문은 감정이 실려야 제맛이라 그런지 밤에 잘 써진다.
동생의 방학과 함께 간만에 내 손에 들어온 PSP를 잘 활용해보려고 영상물을 구했다. 내가 직접 인코딩 할까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해서 별 생각없이 뒤지던 중 눈에 띄인 전차남.
몇년전 대 이슈를 끌었던 전차남이 왜 이제와서야 내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별 생각없지 재생했고 벌써 반이 넘게 봐버렸다. 보면서 든 생각은 뭐... 아, 오프닝에 나오는 그것이 월면토병기 미나구나 하는걸 한눈에 알아봤고 주인공 성우는 이노우에 마리나일텐데 전혀 다른 성우가 나온다는 걸 좀 이상하게 느꼈다. 뭐 애니 자체가 전차남 이후에 나온거니 오히려 내가 이상한거겠지만. 그리고 저런 생각이 든다는 것에 내가 심히 덕의 경지가 높아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의 심정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처지는 이해가 간다. 나는 주인공만큼 찌질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사실 야마다보다 꼴랑 한살 어린데 난 직장도 없고 말야.
처음엔 오타쿠 주인공에 몰입해서 보다가, 중반에 들어서자 여 주인공에 너무 큰 비현실감을 느꼈다.
' 사실 저 오타쿠에요 죄송합니다. '
' 아뇨 문제는 그게 아니라 내가 나쁜거에요 '
라는 대사를 칠 만큼 순진무구한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판타지고 드라마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가슴 훈훈해지는 드라마라서 좋다. 계속 황폐한 파괴적인 컨텐츠만 접하고 있으니까 이런걸 가끔 보면 내 무딘 감성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주인공이 오타쿠가 아니었다면 내가 볼 일은 없었겠지.
그리고 든 의문이지만 과연 니챤넬이 저렇게 관대한 사이트인가...라는 점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디씨에선 엄청난 악플로인한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겠지. 그리고 일단 게시글이 뒤로 밀리니까... 하는 뻘생각이나 들고.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좋은건 사랑의 가슴떨림을 조금이나마 대리체험 할 수 있는 점이랄까. 현실의 나는 야마다보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용기도 없으니 인연을 만나기 힘드니까 말이다.
ps. 사실 합법적이지 않은 루트로 얻은 것에 대해선 감상문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블로깅을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끄적여대고 싶어서 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