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매실은 이뇨작용을 합니다. 시험보러 갈때 먹지 마...
마침 집에서 버스타고 한방에 가는 양재 AT센터여서 룰루랄라 출발.
준비따위 하나도 안했다. IQ테스트래잖아. 복불복이겠지 뭐.
시험장 도착해서 아무 안내도 없는데 다들 눈치껏 옆에서 봉투집어다 이름써서 서류 담아 내더라.
슬쩍 쳐다봤는데 나보다 영어점수 낮은 사람이 없는 듯. 여기서 깨달았어야 했다.....
들어가면서 아무생각없이 매실음료랑 과자 몇개 집어가서 냠냠. 아침도 못먹었으니 혈당치를 좀 높여서 머리를 좀 굴려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험 시작하면 화장실 안보내준다길래 다녀왔는데 왠지 방금 마신 매실음료가 위장에서 남아있어 곧 배출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는데 화장실 가고싶지는 않아서 그냥 있었다. 아 이것이 나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 줄이야...
갑자기 앞에 나온 감독관분이 뭔가를 뒤로 돌린다. 연필...지우개...계산기...응? 계산기?
살짝 웅성대는 분위기. 어째서 계산기가 나오는가?
그 후 시험지를 돌리고 시험지를 펼치는 순간
시험장에 잠깐 흐르는 정적과 작은 탄식과 한숨과 절망. (나만 그랬나?)
어째 표지에 언어영역이 아니고 영어로 뭐시기뭐시기 써있을때 감을 잡아야 했지.
영어다 -_-;;;;;;;;;;;;;;;;;;;;;;
지문이 영어고 문제도 영어야 -_-;;;;;;;;;;;;;;;;;;;;;;;;;;;;
난 한국어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언어영역에서 발라버리고 수리영역은 선방만 하자는 각오 였는데 이거 어쩔거야 -_-;;;;;;;;;;;;;;;;;;;;;;;;;;;
어떻게든 정신을 다잡고 풀고있는데 중반 쯤 지나서 아까 마신 매실음료의 탓으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거기다 아침에 우유에 바나나 갈아먹고 왔는데 오늘따라 또 대장폐하께서 우유마마를 거부하시는지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 그래도 아직 참을만 했다.
수리영역. 설마 했는데 또 영어다 -_-;;;;;;;;;;;;;;;;;;;;;;;;;;;;;;;;;;;;;
으아.......
거기다 이제 눈앞이 노래진다... 머릿속엔 계속 급박한 경보가 울린다... 설날 상경할때 차막혀서 5시간동안 휴게소에 가지 못했을때도 이런 고통은 겪지 못했다... 방광이 터질 것 같다... 어차피 영어시험이라 될 확률은 식스제로를 넘어 한 없이 제로를 향해 수렴할 것이기 때문에 시험을 포기하고라도 나갈 것인가 매우 고민하면서 일단 시험관과 상담을 해보려고 손을 드는데 시험관들은 안쳐다본다... 살려줘...제발...
어떻게든 인성검사에 돌입... 이번엔 한글이다. 근데 반가움보다는 아랫배의 고통이 나를 죽일듯 괴롭힌다. 작년에 위장통으로 일주일간 밥못먹고 구를때 이런 고통을 겪었던가 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제정신으로 풀어도 또라이가 되는 인성검사인데 대체 어떤 샹또라이같은 답을 찍었는지 생각도 안난다...
한 반쯤 풀다가 감독관이 오길래 상담했다. 저기 빨리풀고 나가면 안됩니까 죽을것 같아서... 다행히 자비로운 감독관님이 나갔다 오란다. 어차피 인성검사는 베끼다가 또라이꺼 베끼면 나도 또라이가 되잖아...
화장실에서 증오스러운 수분을 모두 배출하고 아직도 남은 후유증에 배를 부여잡고 시험장으로 비틀비틀 돌아와 한결 맑아진 정신으로 문제를 푸는데 감독관 왈 저 9번 문제 틀렸는데? 아니 인성검사에 틀릴게 뭐가 있어. 그런데 같은 답을 찍었다. 오마이갓뎀... 이미 시간 5분 남긴 상황에서 재검토는 불가.
아...........................좆ㅋ망ㅋ시ㅋ망ㅋ
하필 매실음료를 가져다둔 MS에 원망하면서 USB 하나 주길래 받아왔다. 대인배 마소니까 한 4g쯤 주겠지 했는데 2g...그래 그래도 레디부스트용으로 잘쓸게요. 근데 2g면 여기서 시험본 시간 시급도 안나오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지만 몰라... 어차피 망했어.
외국계회사가 괜히 외국계회사가 아니구나 하는걸 아주 뼈저리게 체험하고 돌아온 하루. 그리고 나에게 남은건 찢어질 듯한 아랫배의 고통의 날카로운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