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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후의 문화 감상/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2011) - 스포일러 있음.

 청춘은 끝났다.

 왠지 모르게 울적해졌다. 

 나는 아직도 그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중학교 2학년 15살때 내가 살던 주상복합 아파트 아래층에 있던 학원에서, 친구가 읽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라는 책에 흥미를 가졌다. 불사조의 발에 매달려 날아가는 몇 아이들의 삽화를 보고 흥미를 가진 나는 마법사의 돌 부터 읽게 되었고 곧 매료 되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시리우스 블랙이 결백을 밝히지 못하고 다시 도망가야 했던 장면에선 정말 분통했고, 불의 잔에서 해리의의 이름이 잔에서 나온 뒤 론과 멀어질 때는 내 가슴이 아팠다. 불사조 기사단과 혼혈 왕자가 나올 때는 나도 이미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교를 거치면서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까지 몰입하진 못했지만.

죽음의 성물이 발매되기 시작하고, 나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인터넷을 거의 1년정도 끊다시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집념이다. 정말 멍청한 놈이라고 느끼기도 했고 정말 불쌍하다고 느끼기도 했던 해리의 인생이 나름대로 행복하게 흘러가는걸 보면서 나도 뿌듯했다. 새벽녘 늦게까지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읽고 조금은 눈물을 머금었다.

해리 포터의 영화판이 나온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을 얼마 안남겨둔 시점에 교실의 프로젝션 TV로 수업 대신 첫 영화판을 보았다. 그리고 난 영화를 보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다 알고 있으면서 또 돈을 내고 보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고 드디어 해리포터의 마지막 편이 개봉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은 실망이다. 해리 포터의 많은 분량을 영상화 하면서 잘라먹은 부분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도 그렇다. 딱 해리포터 영화에 기대한 정도의 재미였달까? 난 애초에 해리포터 영화에 별 기대를 안가지고 있었고, 고로 원작 재현이라는 면에서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거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알버스 덤블도어의 가족 이야기라던가,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도 너무 크게 생략되어서 감동을 느낄 부분이 줄어들었다. 가장 크게 실망한건 네빌의 초간지 대사인 '덤블도어의 군대여!!!' 가 없다는 거... 바보 캐릭터 네빌 롱바텀이 한순간에 초 간지 캐릭터로 거듭나는 매우 중요한 대사인데 그걸 잘라먹다니.

마지막 19년 후도 그렇다. 이미 리무스와 통스가 아들이 있고, 그 대부가 해리라는 사실도 다 생략해먹은 판에... 해리의 두 아들 중에 한명만 나온다. 내 눈물샘을 폭풍 자극했던 해리가 아들에게 격려하는 부분도 너무 대충 넘어갔다. 이럴수가. (주변에선 혹평을 했지만 난 원래 등장 인물들이 특수분장으로 나이 든 모습으로 나온게 그렇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그냥 원작이나 한번 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가 그렇게까지 별로인건 아니었지만 영상화의 한계가 너무 절실히 느껴졌고, 각색이 너무 후졌다.

어쨌거나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종 종결은 나에게 잊고 있었던 상실감을 다시 안겨주며 울적함 또한 가져왔다. 이제 더 이상의 해리포터는 없으니까. 해리가 학교에 입학할 때, 사춘기를 겪을 때, 학교를 졸업할 때 모두 거의 비슷한 시기를 거쳐와서 인지 어느 소설속, 영화속 인물보다 애착이 컸는데 이제 그걸 모두 떠나보내야 하니 쓸쓸하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비오는 거리를 걸으며 감상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해리 포터는 이제 정말로 안녕... 나도 이제 더 이상 호그와트 특급 열차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야지. 스물 다섯에 하기엔 너무 늦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