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비공개)

모순


 난 복돌이짓 관둔다고 했고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모순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얼마전 별 생각 없이 외가에 NDSL을 들고갔는데 숨어서 한다는게 초딩 동생들한테 들켜버렸다. 내가 집에 간 후 이모댁과 삼촌댁에서는 난리가 났고 결국 두대의 NDSL을 구매하셨다고 했다.

 뭐 우리집도 먹고살기 힘들지만 이모댁이나 삼촌댁은 우리집보다 더 어려운데 이 상황에서 쓸데없는 지출이 생긴 것이 나때문으로 생각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나는 이모집 사촌동생이 놀러왔을때 별 생각없이 집구석에 처박혀있던 닥터를 주겠노라 하고 줘버렸다. 그런데 아차, 삼촌댁도 나때문에 NDSL을 산거다. 이런 젠장. 결국 옥션을 디비져서 제일 싼거 하나 사서 보냈다. 요즘 닥터값 더럽게 올랐더라.

 나때문에 15만원 돈 날린건데 집안 사정도 어려운 이모댁 삼촌댁 도와드리는거라 생각하고 닥터 사준거다. 아새끼들 마트갈때마다 4~5만원 하는 게임 사달라고 드러누워서 구를텐데(뭐 구르지는 않겠지만 징징 짜겠지) 삼촌 이모 마음고생이라도 좀 덜어드리려고 보냈다.

 근데 삼촌댁에 보낸 닥터는 불량품. 할머니 뵈러 간길에 다시 받아서 불량품 교환하고 다시 보내줬다. 근데 그게 좀 오래걸려서 사촌동생놈들은 나한테 원망을 했단다. (줘도 욕해 젠장...) 하여간 이게 끝인줄 알았는데.

 얼마 전 포켓몬이 발매되자 내 전화통은 30분 간격으로 불이났다. 자기는 포켓몬이 하고 싶단다. 그래, 내가 줬으니 책임 져야지. 할머니 댁 갔다가 볼일이 있어 다른데를 가야 했지만 그래도 저거 해결해줘야겠다 싶어서 이모댁에 삼촌네 동생까지 불러다가 처리해 주고 왔다.

 그런데 몇일 전부터 또 내 전화통에 30분 간격으로 불이나기 시작했다. 자기는 젤다의 전설이 하고 싶댄다. 물론 이렇게 말 안하고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모가 보고싶다느니 언제 놀러 안오냐느니 하는 초딩 수준에서는 굉장히 지능적인 수법을 10분 간격으로 해댔다. 그래서 매우 귀찮아진 나는 원격조종으로 대충 젤다를 넣어줬는데 이번엔 자기가 실수로 요시 아일랜드를 지웠으니 그걸 좀 넣어달라는거라. 아주 환장하겠더라. 30분 간격으로 전화오고 내가 안받으니 엄마 전화에 10분 간격으로 전화오는데 이건 뭐 어쩌라는건지. 하던 게임이나 다 깨고 새로운걸 넣어달라고 하던가 계속 새게임만 찾아대니 원...

 도저히 못견디겠어서 이모님한테 전화를 했다. 빙~ 돌려서 동생녀석 요즘 맨날 게임만 하고 지내지 않느냐고. 역시나 다를까 그 걱정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또 빙~ 돌려서 동생 걱정되니 자제좀 해달라고 요청드렸다. 뭐 이모도 나이가 있는데 대충 의미 하는 바를 눈치 채시고 알겠노라 하셨다. 그리고 전화가 안오더라. 동생한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단다.

 뭐 얼마 전 네이버에서 초딩이 게임 추천해달라는데 닥터 추천해주는 무개념인들을 죽어라 까는 일이 벌어진적이 있는데 내가 뭐가 다르냐. 친척집 사정 안좋으니 부담 덜어준다는 빛좋은 개살구같은 핑계를 들어서 몹쓸짓을 한건 아닌지 굉장히 죄책감이 든다.